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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M16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안그러면 자동차 기름이고 뭐고 다 훔쳐가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미시시피강 서안지역에 사는 이승웅(63.자영업)씨는 지난달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엄습한 이후 4일까지 6일째 집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쓰러진 가로수와 전봇대, 물에 잠긴 도로를 돌고 돌아 어렵사리 찾아간 허리케인 이후 첫 손님을 이씨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며 반겼습니다. 이씨부부와 동서지간인 고구봉씨(세탁소 운영) 부부는 허리케인이 몰아치던 날부터 이씨 집에 함께 모여, 거센 폭풍우와 침수, 약탈위험, 단전, 단수의 고통을 견뎌왔습니다. 이들 가족이 대피하지 않은 이유는 "비즈니스도 지켜야겠고, 올해도 별 피해가 없으려니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카트리나는 지난 수 십년간 보아온 그런 허리케인이 아니었습니다. "폭풍이 토네이도로 변하더라구요. 전봇대가 쓰러지고 나무가 뽑혀나가고 집 기둥까지 무너졌어요. 아래에선 물이 차오르고 지붕이 뚫어져 비가 막 들이치는데 다 날아갈 것 같아서 벽이 하나라도 더 있는 안방 화장실로 숨었지요" 1958년도 한국챔피언을 지낸 권투선수 출신인 이씨는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일은 60평생에 처음"이라며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구나 생각하니 아득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습니다. `나가야지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나가랄 때 안나가고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는 면박만 당했습니다. 뉴올리언스 침수가 본격화되자 물을 빼내기 위해 웨스트 뱅크의 둑을 폭파할 것이란 얘기가 라디오방송에서 나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만일 둑을 터뜨리면 이씨 가족은 물 속에 갇힐 걸 각오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공포로 며칠밤을 지새운뒤 비바람이 지나가고 물도 모두 빠졌지만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이씨는 말했습니다. 길이 어디가 잠겼는지, 막혔는지도 모르고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허리케인이 예년보단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준비해둔 식량과 물이 충분히 남아 있으니 좀 더 벼텨보기로 했습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물도 빠지자 이번엔 도둑이 들끓어 총을 들고 밤마다 보초를 서야 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이씨 가족의 이런 집념에도 불구하고 허리케인은 한평생 일궈온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어버렸습니다. 우선 이들 가족이 운영하는 세탁소가 크게 파손됐고, 집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생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더 큰 문젭니다. "이 난리가 났는데 누가 세탁하려고 옷을 맡기겠어요. 당분간 사람들이 들어와 살지도 모르는 판국에..." 집과 비즈니스를 지키려 허리케인의 고통을 견녀낸 보람도 없이 "아무래도 이제 곧 떠나야 될 것 같다"고 이씨는 말했습니다. "돈도 없고 갈데는 막연하지만 어디가서 청소를 하든 뭘하든 몇 달은 버티다 돌아와야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게 이씨의 설명입니다. "환갑, 진갑 다 지나고 나도 이제 좀 편히 살까 했더니 이게 무슨 난리인가 모르겠다"며 그는 허탈해했습니다. [연합뉴스]